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겨울 내내 창문도 잘 안 열고 지냈더니, 어느 날 벽지 한쪽에 검은 점이 쭉 번져 있더라고요. 처음엔 그냥 먼지인 줄 알고 물티슈로 닦았는데, 닦을수록 더 번지는 느낌이 들어서 순간 멍해졌어요. 냄새도 뭔가 쿰쿰하고, 저녁에 누워 있으면 그쪽에서 자꾸 눅눅한 공기가 도는 것 같아서 잠도 잘 안 오더라고요.
저도 처음엔 바로 곰팡이 제거 업체부터 검색했어요. 그런데 견적 보니까 한 면에 십몇만 원씩 나오고, 후기 보면 또 "업체 다녀가도 몇 달 뒤에 다시 올라온다"는 말도 많아서 망설여지더라고요. 결국 며칠 고민하다가 직접 해봤는데, 생각보다 너무 쉽게 잡혔어요. 지금 견적 받기 전에 한 번 더 알아보고 싶어서 들어오신 분이라면, 일단 이 글 끝까지 읽고 결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.
업체 부르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
곰팡이 생겼다고 무조건 업체부터 부를 필요는 없어요. 상태에 따라 셀프로 충분한 경우랑, 진짜 사람 불러야 하는 경우가 갈리거든요. 그 기준부터 잡고 가야 돈을 안 버려요.
벽지 표면에 검은 점이 점점이 박혀 있거나, 한 면 일부에 얼룩처럼 번진 정도라면 100% 셀프로 해결됩니다. 반대로 벽지가 이미 들떠서 손으로 누르면 푹 들어가거나, 만졌을 때 뒤쪽에 물기가 느껴진다면 그건 벽 안쪽까지 침투한 상태라 업체를 부르는 게 맞아요. 또 천장 전체나 두 면 이상으로 번진 경우도 누수 가능성이 있어서 셀프로는 한계가 있어요.
저는 한쪽 벽 아래 30cm 정도에만 번진 상태였고, 벽지를 눌러봤을 때 단단했어요. 딱 셀프로 잡을 수 있는 단계였던 거죠. 지금 벽 한 번 만져보시고, 단단하면 아래 순서대로 따라 하시면 됩니다.
벽지 안 뜯고 집에서 직접 잡았던 순서

제가 실제로 썼던 순서 그대로 적을게요. 준비물은 락스(또는 곰팡이 제거 스프레이), 분무기, 마른 수건, 고무장갑, KF94 마스크, 그리고 창문 열 수 있는 환경이면 됩니다. 다 합쳐도 만 원 안쪽이에요.
먼저 해당 벽 주변 가구를 최소 30cm는 밀어내주세요. 이걸 안 하면 나중에 가구 뒤쪽에서 또 올라와요. 그다음 창문을 활짝 열고 마스크랑 장갑 꼭 끼세요. 락스를 물에 1:3 정도로 희석해서 분무기에 담고, 곰팡이 핀 부분에 살짝 적신다는 느낌으로 뿌립니다. 여기서 포인트는 "흠뻑"이 아니라 "촉촉하게"예요. 너무 많이 뿌리면 벽지가 쭈글쭈글해지고 얼룩이 남아요.
뿌린 상태로 10분 정도 그대로 둡니다. 이 시간이 제일 중요해요. 바로 닦아버리면 표면만 지워지고 뿌리는 그대로 남거든요. 10분 뒤에 마른 수건으로 한 방향으로만 밀어서 닦아냅니다. 왔다 갔다 문지르면 곰팡이 포자가 옆으로 퍼져요. 그리고 다시 10분 말리고, 한 번 더 뿌리고 닦아주면 검은 얼룩 대부분 빠집니다.
저는 이 과정을 하루 간격으로 두 번 반복했어요. 한 번에 다 없애려고 무리하면 벽지가 상해요.
여기서 막히면 대부분 이 포인트예요
제일 많이 막히는 게 "닦았는데 벽지에 누런 얼룩이 남았다"는 상황이에요. 이건 곰팡이 색소가 섬유에 스며든 건데, 락스 농도를 살짝 더 높여서(1:2 정도) 같은 방법으로 한 번 더 해주면 흐려져요. 그래도 안 빠지면 그 부분은 포자는 죽었지만 자국만 남은 상태라, 흰색 벽지면 수정액이나 흰색 아크릴 물감으로 살짝 톡톡 덮어주는 분들도 많아요.
두 번째로 막히는 건 "며칠 뒤에 또 생겼어요"예요. 이건 99% 습도 문제입니다. 곰팡이만 잡고 원인을 안 잡으면 무조건 다시 와요. 벽에서 1~2cm 떨어뜨려서 가구 배치하고, 그 벽 근처에 제습제 꼭 두세요. 겨울에는 창문에 뽁뽁이, 여름 장마철엔 제습기를 반나절씩만 돌려줘도 완전히 달라져요.
세 번째로 많이 물어보시는 게 옷장 뒤쪽이나 붙박이장 안쪽 벽이에요. 여기는 공기가 거의 안 도는 데다 옷에서 나오는 습기까지 갇혀 있어서 곰팡이가 제일 잘 생기는 자리예요. 옷부터 다 빼서 베란다나 햇빛 드는 곳에 한나절 널어두시고, 옷장 안쪽 벽도 위 순서대로 똑같이 처리해주세요. 그리고 다시 옷 넣을 때 옷장 안에 옷걸이형 제습제를 꼭 하나 걸어두시면 재발률이 확 떨어집니다.
마지막으로, 곰팡이 핀 벽 근처에 있던 커튼이나 침구, 패브릭 소파처럼 천 소재가 있다면 거기도 포자가 옮겨붙었을 가능성이 큽니다. 커튼은 60도 이상 뜨거운 물에 빨고, 빨 수 없는 소파는 베이킹소다를 뿌려서 30분 두었다가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시면 어느 정도 잡혀요. 사람이 자는 침대 근처라면 이 작업은 꼭 같이 해주세요.
그리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게 락스 뿌린 상태에서 선풍기나 드라이기로 바로 말리는 거예요. 포자가 방 전체로 날아갑니다. 꼭 자연 환기로 말리세요.

지금 견적 받기 전에 이것부터
업체 부르려고 견적까지 받아보셨다면, 그 돈 쓰기 전에 오늘 저녁에 락스랑 분무기 하나만 사 오세요. 합쳐서 만 원이면 끝나고, 셀프로 안 잡히는 상태라는 게 확인돼야 그때 업체 불러도 늦지 않아요.
작업 끝난 뒤에 제습제 놓는 것까지 꼭 같이 하셔야 재발 안 됩니다. 혹시 위에서 말씀드린 "벽지가 들뜨거나 안쪽이 축축한 상태"라면 그건 진짜 업체 영역이니까, 그때는 견적 두세 군데 받아보시고 결정하시는 걸 추천드려요.
